경제/비지니스

장천식 국장
물론 이날 증시 급락을 특정 원인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중동 정세 불안, 글로벌 증시 약세, 반도체주 하락, 외국인 수급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러한 시장 혼란 직전 금융감독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 "후회한다",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반성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을 감독하는 최고 책임자의 발언으로는 적절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일일 수익률을 두 배 수준으로 추종하는 고위험 금융상품이다. 높은 수익 가능성만큼 손실 위험도 큰 만큼 도입 초기부터 찬반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해당 상품이 금융당국의 심사와 승인 절차를 거쳐 시장에 출시됐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제도권 금융상품이라는 점을 신뢰하고 투자에 참여했다. 위험성을 알고 투자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금융당국이 충분한 검토를 거쳤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승인 과정에 책임이 있는 기관의 수장이 뒤늦게 공개석상에서 "후회한다"고 말한다면 투자자들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 것일까.
물론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시장 과열과 과도한 투기 가능성을 경고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정책 결정자가 과거 판단을 되돌아보며 반성하는 자세 역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문제는 발언의 내용보다 시점이다.
만약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정말 문제였다면 왜 승인됐는지, 심사 과정에서 어떤 우려가 있었는지, 투자자 보호장치는 충분했는지, 앞으로 어떤 보완책을 마련할 것인지 설명하는 것이 먼저였어야 한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제기됐어야 할 우려가 시장 한복판에서 뒤늦게 공개된 이유는 무엇인지 투자자들은 묻고 있다.
더욱이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위험성 자체가 아니다. 금융당국이 그 위험성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 왜 승인됐는지, 그리고 왜 지금에 와서 공개적인 후회가 나왔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장과 같은 정책 책임자의 발언은 일반인의 의견과 다르다. 시장은 이를 단순한 개인적 소회가 아니라 정책 신호로 받아들인다. 실제 제도 변화가 없더라도 투자자들은 향후 규제 강화 가능성을 예상하고 행동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기일수록 발언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투자는 본질적으로 위험을 수반한다. 정부가 모든 투자 손실을 막아줄 수도 없고, 투자 판단을 대신해 줄 수도 없다. 그렇다면 논의의 초점은 상품 자체를 후회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 교육, 정보 제공, 위험 고지, 시장 감시 체계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
시장은 신뢰 위에서 움직인다. 투자자는 기업을 믿고 투자하고, 제도를 믿고 투자하며, 감독기관이 일관된 원칙 아래 시장을 관리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정책 결정권자가 자신이 승인한 제도를 두고 뒤늦게 공개적으로 후회를 표명하는 모습은 투자자들에게 적지 않은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
정책은 바뀔 수 있다.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시장 한복판에서 나온 정책 책임자의 말 한마디는 누군가에게는 투자 판단의 기준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손실과 직결되는 신호가 된다.
만약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정말 잘못된 정책이었다면 그 책임 역시 투자자에게 돌릴 일이 아니다. 승인 과정에 참여한 금융당국이 먼저 설명하고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투자자들이 듣고 싶은 것은 "후회한다"는 말이 아니다. 왜 승인됐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이다.
시장이 불안할수록 감독기관은 시장을 흔드는 사람이 아니라 시장을 안심시키는 사람이어야 한다.
금융당국 수장의 한마디는 개인의 소회가 아니다. 수많은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들이 귀를 기울이는 공식 신호다. 그렇기에 그 무게 또한 결코 가벼워서는 안 된다.
장천식 기자 pssite316@hanmail.net 장천식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편집 : 2026.06.24 (수) 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