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3사에서 1억400만 건의 고객정보가 누출되었다는 보도가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이어서 나의 노출 정보는 어디까지인지 알아보기에 정신없었고 누출된 정보로 나의 금융자산이 강탈당할까봐 좌불안석이었다.

가슴 조이며 당국의 수사결과를 기다렸는데 고객 개인정보의 2차 누출은 절대 없다는 검찰과 장관들의 답변에 그나마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래도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여 없는 시간 쪼개어 카드사에 찾아가고 전화기에 매달려 카드를 해지하고 갱신하는 한바탕의 난리를 치루어 냈다. 그렇게 마무리 되나 싶었는데 노출된 정보 1억 400만 건의 절반이 넘는 8300만건이 2차 누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원본파일과 복사파일을 압수했기 때문에 안심하라던 말이 헛소리가 된 것이다. 대검찰청,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더 이상의 유출은 없으니 100% 안심하고 카드를 사용하라며 신규로 카드발급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공언했는데 두 달 만에 번복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디지털시대에 수적으로 엄청난 숫자의 개인정보이지만 복사는 순식간으로 또 어디에 얼마나 많은 양의 정보가 돌아다닐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이름은 물론 주소, 휴대폰번호, 신용카드번호, 카드 유효기간, 결제 계좌 등 12개의 정보만 노출된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21개나 노출되었다니 앞서 늘어놓은 정보만으로도 온라인에서 물건 구입이 가능하다. 본래 정보의 주인의 비밀번호는 물론 계좌번호도 바꿀 수 있고 신분증도 만들어 사용할 수가 있다. 통장을 개설해서 범죄에 이용할 수도 있다. 문제는 나의 정보를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나도 모르게 나의 계좌를 바꾸고 새로운 카드를 신청하고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등 신분증까지 도용당하여 이용당할 수 있는데 이러한 사실들을 발생 즉시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정보를 이용해서 마케팅에 사용하는 것이 다행이다. 범죄에 이용할 만큼 하다가 꼬리가 밟혀 수사권 안에 들어야 날벼락 같은 사실들을 전달 받는 상황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 이렇게 난리를 당하고도 안심할 수 없는 것이 나의 정보들은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고 2차, 3차, 4차 무한대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고유정보이고 쉽게 바꿀 수 없는 정보이기 때문에 사망하기 전까지 불안에 떨어야 한다. 그리고 고유정보를 말하며 접근하는 모든 매체에 신경질적으로 대응하도록 신경과민의 고집불통의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검찰과 장관들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토록 자신만만한 보장의 발언을 하였을까? 그 말을 믿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또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사건의 패턴은 항상 똑 같다. “아무 문제없다. 안심해라!” 하고 시간이 지나서 사고가 터지고 “그럴 줄 몰랐다. 진심으로 사과한다. 앞으로는 문제없도록 시스템은 보완하겠다.” 하며 마무리 된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조차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지 못한다. 엄청난 양의 정보누출에 허겁지겁 사태를 덮기에 급급해 보인다. 카드사 역시 문제없다. 보안을 강화하겠다. 혹시 노출이 되는 경우라도 자신들이 컨트롤 하겠다며 고객들에게 공언을 하는데 정작으로 사고가 터지면 책임지는 경우는 손안에 꼽기도 힘들 것이다. 임기응변으로 고비만 넘기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아무런 변화도 없이 그대로 운영하다가 사고만 터지면 죽을죄를 지었다며 평소에는 보기도 힘든 회장님들이 머리를 조아린다.

이제 이런 대응은 사절한다. 근본적으로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대응책을 세우고 2차 피해자에 대한 구제 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필요하다. 검찰과 금융당국의 수장들도 자신의 직무와 역할에 대한 충분한 점검과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여야 한다.

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는 보유 회원 수도 상당하다. 한번이라도 가입된 적이 있는 고객이라면 현재는 해지상태라도 그 정보가 보관되어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엄청난 정보를 털린 이들 회사에 대한 처벌은 영업정지 3개월에 과태료 600만원이다. 고객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처벌이다. 살아있는 동안 내 정보가 어떻게 도용당해 어떤 피해를 당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고 민사상 형사상의 피해를 잠재하게 만든 상태의 사람들이 1억400만 명인데 그 처벌은 너무나 가볍다. 카드사는 신규모집만 중단되지 나머지 기능은 모두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고 금전도 600만원이면 그들에게는 신경조차 쓰이지 않을 수준일 것이다.

최근들에 같은 사고가 번복하여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똑 같은 멘트와 처벌이라면 앞으로도 변함없이 똑 같은 사고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책임지는 기업, 책임지는 사회, 책임지는 정부와 관료가 되어 사고가 번복되지 않도록 최선의 대책을 세워내야 한다. 또한 번복되는 사고를 일으키는 기업에게는 가중처벌의 규정도 작동시키고 이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고르고 가려서 기업을 선택하고 이용하여 달라지는 사회를 만들어 내어야 한다.

/김용훈 논설위원(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