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국가를 상징하는 꽃이 있다. 그 꽃을 일명 국화(國花)라고 하며 또한 국가를 상징하는 깃발이 있는데 그것을 국기(國旗)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국화는 무궁화로 그 뜻은 공간이나 시간의 다함이 없다는 무궁(無窮)이다. 우리나라 훈장 가운데 가장 격이 높은 최고의 훈장은 바로 ‘무궁화 대훈장’으로 이 훈장은 일반인들에게 수여되지 않고 대통령과 배우자, 또는 우방국의 원수 급에 해당되는 사람에게 수여되는 최고급 훈장이다. 이런 최고의 영예를 나타내는 훈장이 무궁화와 결부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라꽃인 무궁화가 그만큼 한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가의 원수인 대통령의 문장(紋障)까지도 무궁화이다. 무궁화는 예로부터 우리나라 전역에 퍼져 있었으며, 꽃이 아름답고 피는 기간도 길어서 우리 민족성을 상징한다고 해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꽃이다. 또한 추위에도 강하며 여름부터 가을까지 분홍, 보라, 자주, 순백 등 여러 가지 빛깔로 종(鐘)모양의 꽃이 아름답게 핀다.

겨레의 노래인 ‘아리랑’과 마찬가지로 겨레의 꽃 ‘무궁화’ 역시 한국인의 역사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우리 민족의 마음속 깊이 아로새겨져 있어 아무리 떼어 내려고 해도 떼어낼 수 없는 꽃이 바로 무궁화이다.

무궁화는 중국에서는 일명 목근화(木槿花)라고도 부르는데 우리나라 국가인 애국가의 가사에도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이란 구절이 나오는데 단순한 창작이라고 보아서는 안 될 부분이다. 먼 옛날부터 우리 민족은 무궁화 피는 마을에서 평안함과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 온 백성들이었다. 권상로(權相老)의 「한국지명 연혁고」에 보면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194가지나 되는 이름 가운데 무궁화와 관련된 이름이 근방(槿邦), 근화향(謹花鄕), 근원(謹原), 부상(扶浮)등 상당수에 달하는데 모두 ‘무궁화 나라’를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신라에서는 젊은 엘리트의 머리에 이 꽃을 꽂아 주어 ‘화랑(花郞)’이라 했으며, 설총은 이를 화왕(花王), 즉 ‘꽃 중의 왕’ 이라고 했으며, 조선왕조 시대에는 장원급제한 인재에게 내리던 어사화(御賜花)를 바로 무궁화로 만들었던 것이다.

우리 겨레가 살던 땅에는 오랜 옛날부터 무궁화가 만발했다. 그래서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무궁화에 비유하여 ‘무궁화동산’이라 불렀다. ‘무궁화동산’이란 말은 무궁화가 많이 피는 동산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전역에 무궁화가 만발했다는 것을 아름답게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애국가의 가사가 무색할 정도로 무궁화를 보기가 어렵다. 일제 강점기에 무궁화가 뿌리 채 뽑히는 수난을 겪었기 때문이다.

1910년 나라가 망하자 일제는 나라꽃인 무궁화 말살정책을 쓰기 시작하여 무궁화를 눈병 나는 꽃이라 비방하여 가까이 가지도 못하게 하고 보지도 못하게 한 것이다. 애라고 까지 명령하고 그 자리에 그들의 국화인 벚꽃나무를 심게 하였다. 그럴수록 우리 국민은 무궁화를 더욱 아끼고 사랑했고, 동아일보는 창간호의 제호 도안을 무궁화로 장식 했으며, 중앙학교의 모표도 ‘중(中)’자를 무궁화 화환으로 둘렀고, 오산학교와 대구사범학교에서는 무궁화동산까지 만들었다. 한편 1918년 남궁억은 그의 고향인 강원도 홍천군 서면 모곡리에 모곡학교를 세우고 몰래 무궁화 묘목을 가꾸었다.

해마다 수십만 그루의 무궁화 묘목을 길러서 지방의 여러 학교와 교회에 팔거나 기증했다. 또한 1931년에는 ‘무궁화동산’이란 노래까지 지어 학생들에게 가르쳤는데, 일제는 1933년 남궁억을 체포하여 심한 고문을 가하여 감옥에서 죽도록 했고, 그가 애지중지 키우던 7만 그루의 무궁화 묘목을 모두 불에 태워버렸다.

이처럼 무궁화가 우리민족의 기원과 더불어 우리의 국토와 민족의 마음에 깊은 뿌리는 내리고 자라 온 꽃이기에 일제는 우리 민족을 말살하기 위해 그토록 극악한 탄압을 서슴치 않았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화는 무궁화이다. 갑오년 새해를 맞아 겨레의 꽃 무궁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서 나라사랑에 대한 마음의 자세를 되새겨보자는 것이다.

/김철수 논설위원(아동문학가·美솔로몬대학교 한국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