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회째 맞는 제헌절 기념일을 맞았습니다. 우리나라 5대 국경일인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가운데 유일하게 제헌절만은 지난 2008년부터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되어 그냥 기념일로 지켜오고 있습니다. 제헌절은 조선왕조 건국일인 7월17일에 맞추어 공포한데서 유래되며, 이 날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한 대한민국의 헌법제정을 온 국민이 경축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헌법수호를 다짐하는 기념행사와 함께 온 국민은 각 가정에 국기를 게양하여 이 날의 뜻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날 국회의장의 기념사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최고 입법기관인 국회에는 총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을 대신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19대 국회의원의 정당별 분포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소속의원이 지역구 127명과 비례대표 25명 등 152명이고,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 소속의원은 지역구 106명과 비례대표 21명 등 127명입니다. 또한 자유선진당 소속의원은 지역구 3명과 비례대표 2명 등 총 5명이며, 통합진보당 소속의원은 지역구 7명과 비례대표 6명 등 총 13명이고, 무소속의 경우 지역구의원 3명으로 총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회가 열리면 각 의원들은 각각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국정을 수행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고, 서로의 의견들을 주고받을 때 의례적으로 사용하는 말이 ‘존경하는 의원여러분’이라는 언어를 맨 먼저 사용합니다. 절제된 말과 품격이 있는 말로 주장을 하고 설득을 하여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공개된 장소가 바로 국회라는 입관기관이며, 이곳에서 하는 말은 면책특권이라는 특별한 제도적 보호까지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헌정 65년을 맞이한 지금까지도 국민들의 눈에 비취는 국회의 모습은 난장판이거나 싸움판이요 국회의원들의 막말이나 몸싸움 등으로 인해 이 나라 민주주의의 장애물로 밖에 보이지 않을 때가 너무나 많습니다.

특히 최근 민주당소속 홍익표의원의 ‘귀태(鬼胎)' 발언은 또 한 번 정국을 얼어붙게 만들고 국민들로부터 지탄과 함께 일부 국회의원들의 자질문제에 대한 염려와 걱정이 일파만파로 번지게 하는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귀태’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뜻이 ‘결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라는 내용인데, 이 단어를 대한민국의 현직 대통령을 겨냥해 사용했다는 것은 도저히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말해주는 것은 이 세상에 그 누구도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이 모든 인권과 존엄성의 첫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식이하의 망언을 해서 과연 무엇을 얻고자했는지는 모르지만,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역겨울 뿐이고 짜증스러울 뿐입니다. 품격이 없는 말은 그저 소리일 뿐이며, 말하는 자신의 인격까지 떨어트리고 마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이 말하는 것이고 가장 어려운 것이 잘 말하는 것입니다. 입만 열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것이 말이지만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가 인생자체를 망치는 예는 얼마든지 많습니다. 말을 하는 목적은 자신의 생각과 뜻을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래서 말은 정확하고 분명하고 알아듣기 쉽게 해야만 합니다.

그것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이며 자신의 인격을 높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말 가운데 어떤 말을 골라서 어떻게 하느냐가 그 사람의 수준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학문이나 지식, 재물이나 명예, 건강 등 많은 것을 소유했다고 해도 교만하거나 거만한 것 보다는 오히려 덜 배우고 가난해도 소박하게 사는 사람들의 말 속에서 품격과 인격은 물론 인간미가 느껴지는 것은 말이 그 사람의 사상과 철학과 그리고 살아온 삶을 그대로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의원여러분, 여러분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온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말 잘하는 의원님이 아니라 잘 말하는 의원님을 존경합니다.

/김철수논설위원(아동문학가·美솔로몬대학교 한국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