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시작된 북한을 탈출한 9명의 ‘꽃제비’들은 이제까지 생존만이 전부였던 그들에게 남으로의 ‘여행’ 이란 말에 모두 다 가슴이 설레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앞으로 한 달만 고생하면 꿈의 나라 한국에 갈 수 있다는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에 9명의 꽃제비들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짐을 꾸렸다.

탈북자들이 중국의 은신처를 떠나 한국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여행’이란 말로 부른다. 그러나 이들을 라오스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꿈의 나라 한국행이 아니라 다시 생지옥과 같은 북한으로의 ‘강제송환’이었다. 지난달 28일 라오스에서 북한으로 압송된 탈북청소년들의 이야기로 온 지구촌이 떠들썩하다.

라오스 국경수비대에 붙잡힌 후 이민국으로 옮겨져 보낸 열흘 동안 주 라오스 한국대사관에서는 “기다리라”는 말만 한 채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못하는 바람에 충분히 도망칠 시간과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구책을 강구하지도 못한 채 9명의 탈북 청소년들은 다시 돌아 올수 없는 길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이들의 강제북송 소식이 알려진 것은 지난달 28일, 이미 중국을 통해 평양으로 압송된 후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모든 국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주 라오스 한국대사관의 직원들에 대한 원망과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꽃제비의 원래 어원은 러시아어의 ‘유랑’ ‘떠돌이’란 의미를 뜻하는 ‘꼬체비’에서 유래된 말로 지난 80년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북한사회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여 1990년 이후 북한의 청소년 고아와 거지의 상징어가 되었다.

잘못 생각하면 제비가운데 꽃처럼 예쁘게 생긴 제비가 아닌가 하는 뉘앙스를 풍길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참으로 가슴 아픈 단어로 사용되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는 간혹 TV를 통해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거리를 배회하면서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시장바닥을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북한 어린이들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한결 같이 나이에 비해 체격이 너무나 작고 눈이 휑한 채 얼굴에는 주름살이 배어있기 마련이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구걸을 하는 그들이 내미는 손조차 제대로 자라지 못해 어린 아이들 손같이 작고 가냘프기만 하다. 그런 북한의 아이들 꽃제비가 오직 하나의 소망인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낯선 나라를 방황하고 있는 숫자가 무려 2만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 가운데는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으로 무사히 도착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떠돌아다니는 그들의 형편과 처지는 형언하기조차 어렵다고 한다. 농장에 끌려가 강제로 노동을 하거나 인신매매나 깡패의 소굴에서 죽을 때까지 고생하고 있는 어린이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이번에 강제북송된 9명의 청소년들은 일본 납북자의 아들로 추정되는 한 명을 제외한 8명이 말 그대로 ‘거지’ 중의 상거지였다.

이미 북한에서 부모를 잃었거나 버려진 아이들로 생계를 위해 국경선을 넘은 절박한 처지였다. 탈북청소년 공동체를 꾸려온 모 선교사는 중국 땅 장백을 누비며 도둑질과 구걸로 연명하는 꽃제비들을 찾아가 “함께 살자”며 손을 내밀었고, 처음 공동체로 들어온 꽃제비들은 하루에 7-8끼씩을 먹어대며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기를 약 일주일동안 반복하며 허기를 달랠 정도였다고 한다. 거리에서 아무 음식이나 집어먹은 이들의 뱃속은 곯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을 데려다가 씻기고 품에 안으며 기도와 성경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면서 한국에서 적응할 수 있는 훈련을 시킨 다음 제3국을 통해 한국이나 미국으로 보내온 것이다. 이번사태를 통해 자국민의 보호에 무엇보다 최우선을 다하는 해외공관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김철수 논설위원(아동문학가·美솔로몬대학교 예술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