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살고 있는 재중 동포들 가운데 한국방문을 위해 비자신청을 하는데 새로운 걱정거리가 또 하나 늘어났다. 한국 법무부가 한국을 방문하고자 하는 재중 동포들에게 일명 ‘무 범죄기록증명서’를 추가해서 제출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C-3, H-2 비자에 해당하는 재중동포나 친척방문 3년 비자 신청자들에게 무 범죄기록 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는데, 중국 현지 호적 소재 파출소에서 발급해야하는 이 증명서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서식에 대한 규격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시행되고 있어 당혹감과 함께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작년 12월부터 시행된 이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중국 현지의 한국행 비자대행 여행사에 따르면, 상당수의 비자신청자들이 무 범죄기록 증명서의 양식 때문에 서류미비 사유로 불합격 당해 한국입국에 대한 비자발급이 상당 수 거부당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일부 파출소에서의 비협조적인 업무태도로 인해 이 증명서를 발급받는 일도 수월치 않으며, ‘무 범죄기록 증명서’란 서식의 단어자체가 흡사 재중동포들 전체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김으로써 기분을 언짢케 할뿐 아니라, 이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현지 파출소를 찾는 재중 동포들에 대해서도 좋은 인상을 갖지 않아 이래저래 속이 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증명서를 얻기 위해 뒷돈을 주고 부탁을 하거나 힘 있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발급받는 바람에 이중삼중의 고충은 물론 경제적인 낭비까지 불러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심지어 일부 재중동포를 상대하는 일부 여행사들은 파출소의 무 범죄기록증명서는 안되고 상급기관인 공안국에서 직접 발급하는 무 범죄기록증명서를 첨부해야 한국행 입국 비자신청 시 유효하다고 주장하면서 이 증명서를 대신 떼어다주는 대가로 수십만 원씩의 별도 수고비를 챙기고 있다고 한다.

한국 법무부가 재중동포들만을 상대로 무 범죄기록증명서를 비자신청 시 요구하는 것 자체도 동포사회에서는 커다란 반감을 사고 있다. 적잖은 사람들이 재중동포 모두가 도매금으로 범죄자 취급을 받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물론 법무부에서 재중동포들 가운데 한국행 비자 신청자에게 무 범죄기록증명서를 요구하는 취지와 목적은 최근 수년간 한국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외국인 범죄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인해서이다. 이 증명서를 제출하라고 한 본래의 취지와 목적은 나무랄 것이 못되지만 사전에 중국정부와의 어떤 협의나 재중동포 입장에서 좀 더 생각해보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홍보한 다음 시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행정편의위주의 일방적인 횡포가 아닐 수 없다.

요즘 회자되고 있는 ‘갑’과 ‘을’의 관계 속에서 힘 있는 갑의 폭력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에서 탁상공론으로 시행된 갑작스런 제도의 도입은 거기에 따른 부작용과 불편함이 하나 둘이 아니고 얻는 것 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의 법이란 국민을 통치하기 위한 몽둥이나 채찍이 결코 아니다. 모든 권리는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리를 공직자들이나 집권자들이 행사할 때 법으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보다 국민들 편에서 편하고 쉽게 집행하도록 하는 하나의 견제장치가 바로 법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이러한 서류를 개별적으로 공안국이나 파출소에서 직접 발급받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래서 가짜서류나 위조서류가 난무하고 있고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고 진짜가 가짜로 치부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간에서 브로커들만 ‘어부지리’하는 결과를 낳고 한국 정부는 재외동포사회로부터 불신과 손가락질을 당하며 재중동포들은 이리저리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재중동포들은 한국에 대한 서운함과 초청사기사건의 후유증 등으로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다. 보다 현실적인 현명한 완화조치를 취해야 할 사안이다.

/김철수 논설위원(아동문학가·美솔로몬대학교 예술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