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 중 터진 윤창준 전 청와대 대변인의 미국에서의 성추행 연루 사건은 우리나라 지도층의 현주소를 전 세계에 알리는 개인의 수치를 넘어선 국가의 수치로 확산되고 말았다.

박 대통령이 노심초사하며 우방국인 미국의회에서 기립박수를 받을 만큼 커다란 성과를 거두는 사이 전 세계가 깜짝 놀랄 한국의 고위공직자의 부도덕성에 대한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박근혜 대통령은 귀국과 함께 방미성과에 대한 보고보다도 우선 대국민사과부터 먼저 해야 하는 곤혹스런 처지가 되고만 것이다.

그것도 청와대 홍보수석과 비서실장의 사과까지 불과 4일 만에 세 차례에 걸쳐 사과를 해야만 할 정도로 청와대의 위기감이 팽배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번 사건은 윤 전 대변인의 개인적인 일이라고는 하지만 새롭게 출발한 정부의 도덕성이 시궁창에 처박힌 꼴이 되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시작과 거의 동시에 터진 이번 성추행사건은 지금 우리 사회 지도층의 도덕성문제가 국가의 명운을 판가름할 정도로 악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윤 전 대변인은 이미 임명 전부터 부적절 논란이 있었고 예고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이다. 인사청문회에서 ‘4대 필수과목’이라고 불렸던 위장전입과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와 병역 기피 의혹은 물론 전관예우, 역외탈세, 논문표절, 중개상, 성접대까지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나라의 살림을 이끌어 갈 청지기로서는 믿기지 않는 고위공직자 후보들이 속출했다. 결국 장차관급 7명과 청와대 비선진가지 12명이 낙마하는 역대 최고의 ‘인사 참사’를 거쳐 출범을 했다.

인사청문회 시 각종 의혹과 문제가 드러난 25명 가운데 이미 공직에 몸 담았던 사람이 22명에 이른다는 사실과 이들이 공직에 있으면서 권력과 영향력을 이용한 이권 개입이나 특권행사, 각종 특혜와 편법을 통해 오로지 일신의 영달과 안위만을 위해 출세가도를 달려 온 우리나라 지도층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또한 이러한 비리를 통해 형성된 한국사회의 ‘파워블록’은 끼리끼리 놀면서 도덕성이 더욱 희박해졌고, ‘나는 괜찮아’라는 특권의식이 체질화된 것이다.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지도층의 도덕적해이가 우리사회의 부패를 견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가운데 부패지수가 가장 심한 나라로 꼽힌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45위를 기록해 30위를 기록한 아프리카의 보츠나와 보다도 못한 창피스런 수준이다.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던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었는지 그 원인과 이유에 대해 심각하게 분석해보고 반성하여 새로운 가치관을 세워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는 돈 버는데 최우선을 두었기 때문이다. 고속성장의 산업화과정에서 ‘잘 사는 것'이 최고의 가치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상최대의 과제가 되어버린 성공과 부를 얻으면 면죄부처럼 따라붙는 특권의식의 팽배는 수많은 부작용을 속출시키고 있다. 비행기 안에서 라면이 맛이 없다며 여승무원의 뺨을 때린 대기업 임원인 ‘라면상무’와 호텔에서 차량이동을 요청한 호텔직원에게 가죽 지갑을 꺼내 수차례 폭행을 한 제빵업체 회장 같은 ‘빵 회장’이 나오는 이유다. 대리점을 상대로 물량을 강제로 떠넘기는 ‘밀어내기’로 회사를 키운 모 유업의 사례도 ‘갑의 횡포’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두 번째 원인은 종교가 부패했기 때문이다. 종교의 대형화와 정치권력화로 돈이 몰리고 이권다툼이 커지면서 참 종교성을 잃어가고 있음이다. 세속화되고 도덕성이 무너진 종교가 더 이상 사회적 지도력과 부패한 사회를 변화시킬 능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우리사회와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안될 시점에 와 있다. 오늘날 경쟁보다 인간사이의 신뢰와 네트워크 같은 사회적 자본이 축적된 사회가 더 경쟁력 잇는 사회가 되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 공동체와 구성원의 소통과 융합이 사회발전에 동력이 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김철수 논설위원(아동문학가·美솔로몬대학교 예술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