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12부는 1일 자신의 여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저지른 10차례의 범행 가운데 한 번의 강제추행을 제외하고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피해자 김지은씨 진술이 주요 부분에 있어 일관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사소한 부분에서 다소 일관성이 없거나 최초 진술이 다소 불명확하게 바뀌었다 해도 그 진정성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 고 지적했다.

김씨가 성폭행 피해 경위를 폭로하게 된 경위도 자연스럽고, 안 전 지사를 무고할 동기나 목적도 찾기 어렵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오히려 "동의하에 성관계한 것"이라는 안 전 지사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첫 간음이 있던 2017년 7월 러시아 출장 당시엔 김지은씨가 수행비서 업무를 시작한 지 겨우 한 달밖에 안 된 시점이었고, 김씨가 체력적으로도 힘든 상태였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합의하에 성관계로 나아갔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상황이 발생한 후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지속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한 것도 간음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비서 신분인 김씨에겐 충분한 '무형적 위력'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0차례 김씨를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하거나 간음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지만, 피해자 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