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와 국방부, 통일부가 22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실시한 합동 업무보고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과제로 설정했다. 지난 6일 북한의 ‘수소탄 시험(4차 핵실험)’을 감안한 것이다. ‘대북 압박’ 기조가 한층 강화됐다.

외교부는 유엔 안보리에서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 결의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2월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안보리 결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최근 미 하원을 통과한 ‘대북제재강화법(HR 757)’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과거 '이란제재법'에서와 같이 강제조항은 아니지만, 미 행정부의 의지에 따라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을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이 일부 포함됐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또한 국제무대에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추궁을 강화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대북 억지 차원에서 미 전략자산 추가 배치와 운용 문제를 미국측과 협의하면서, 단계적으로 계획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에는 B-52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을 지나갔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문제는 이번 업무보고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도 ‘5.24조치’에 구멍이 있는지 점검하는 한편, '북한인권단체'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안보리 및 한.미 차원의 제재 조치가 여의치 않을 경우 보수층을 달래기 위한 충격요법으로 개성공단 폐쇄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이날 합동 업무보고 주무부처인 외교부의 윤병세 장관은 북한의 ‘수소탄 시험’ 이후 외교.국방.통일 부처의 정세 평가 및 종합적 대응 방향에 기초하여 △북한 도발 위협에 전방위 총력 대응, △ 북핵/북한 문제에 대한 총체적 접근, △외교안보 환경 변화의 능동적/전략적 활용, △국민과 국제사회와 함께 올바른 통일준비 지속 등 4가지 중점 추진전략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같은 중점 추진전략 아래, 외교부는 ‘북핵 대응과 평화통일외교’를, 국방부는 ‘국민이 신뢰하는 튼튼한 국방’을, 통일부는 ‘새로운 한반도를 위한 남북관계 재정립’을 주제로 부처별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외교부는 ‘북한 비핵화와 행동 변화를 위한 압박외교’에 집중하겠다고 보고했다. △능동적 동북아 외교로 한반도 평화 공고화, △전방위적 평화통일 지역 외교 전개, △통일 지원을 위한 국제인프라 확대 등도 중점 추진과제로 설정했다.

외교부는 “한.미 양국은 북한이 뼈아픈 대가를 치르도록 한다는 단호한 입장에 따라 우선 안보리 차원의 실효적 제재조치가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을 집중하는 한편, 양자 차원의 독자적인 제재조치도 아울러 적극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중요한 만큼, 미국 등 우방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중국을 견인하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경주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도 북한이 한 행동에 대해 상응하는 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견인할 지렛대는 있는가, 안보리 조치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 대비책은 무엇인가'는 의문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국방부는 ‘튼튼한 국방을 내실있게 추진한다’는 목표 아래, ‘전방위 국방태세 확립’을 위해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의 도발 및 테러에 대한 확고한 대비태세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지향적 방위역량 강화’, △‘선진 국방환경 조성’, △‘명예로운 보훈’ 촉진 등도 중점 추진과제로 설정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이라는 엄중한 위기를 ‘새로운 한반도’로 나아가기 위해 남북관계를 재정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올해 통일정책 추진목표를 ‘올바른 남북관계 정립과 실질적 통일준비’로 설정했다.

'굳건한 안보와 강력한 제재로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고, 원칙 있는 대화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는 한편,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의 지지에 바탕한 통일역량을 강화한다'는 3대 추진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 핵문제의 실효적 해결을 위한 노력 강화,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는 꾸준히 해결, △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키는 대화 추진, △ 민족 동질성 회복을 촉진하는 남북협력, △ 창의와 융합의 통일준비 등 5대 추진 과제를 선정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북한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면 협력을 통해서 신뢰를 쌓고 남북관계를 정상적으로 발전시켜서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이라며 "어쨌든 정부로서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4차 핵실험으로 조성된 엄중한 분위기를 감안해서 북핵.북한문제 해결을 올해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인식과 함께, 그동안 꾸준하게 진행해왔던 평화통일기반구축노력도 흔들림없이 계속해나간다는 의지”가 이날 합동 업무보고의 전체 슬로건(‘튼튼한 외교안보, 착실한 통일준비’)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