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불도 다시보자는 포스터를 붙이며 불조심을 강조했던 시절이 있었더랬다. 가을, 겨울 건조기에 작은 불씨가 큰 불을 일으켜 재산피해, 인명피해를 내지 않도록 방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의식적으로 조심하자는 그림과 문구를 노출하여 큰 불을 예방했다. 요즘엔 이러한 포스터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학교에서나 포스터 그리기로 명맥을 잇고 있을까?

2008년 한 노인의 우발적 방화로 국보1호인 남대문이 화재로 손실된 적이 있었다. 그때 국보1호임에도 너무도 쉽게 침입하고 전소될 동안 여타의 화재 감지기나 자동 소화기 등의 작동이 없이 어의를 상실할 정도로 허술한 관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질책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2013년 12월 감사원이 발표한 대형재난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의 문화재 소방안전관리 결과를 보면 경복궁 향원정, 창덕궁 부용정 등 주요 목조문화재에 화재감지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이거나 설치조차 되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문화재청이 관리하고 있는 문화재도 관리가 이처럼 부실한데 다른 문화재 상황은 오죽하겠나 싶다. 게다가 화재에 취약한 한옥마을은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하고 관리해야하나 이조차 시행하지 않은 것을 집어내어 개선할 것을 지적했다. 불의의 사고로 국보1호를 소실하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양이다. 얼마나 큰일을 겪어내야 확 달라질 수 있을까?

문화재(文化財)란 고고학, 역사학, 문학, 예술, 과학, 민속, 생활양식 등에서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여 관리와 보호를 통해 그 가치를 공유하는 자산이다. 박제된 문화재가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소통하는 문화재를 통하여 문화재의 가치를 확대하고자 일반인들에게 개방되고 접근의 벽을 두지 않으려 하고자 함이 불의의 사고를 통해 훼손될 위험도도 높게 둔다면 차라리 개방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 반만년을 넘게 지켜낸 단 하나의 유산이 너무도 쉽게 사라져 다시는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개방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문화재를 공유하고 가치를 확대해 가는 작업은 올바른 역사와 문화의 이해 및 우리 문화의 발전을 위해,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그리고 세계 문화의 발전을 위해 분명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그전에 앞서야할 것이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개방되는 만큼 이로 인해 사고로 이어질 위험도의 관리이다. 문화재의 종류에 따라 사람들에게 개방되는 경우 관람형태를 관찰하고 밟거나 손을 짚어 손상될 우려가 있는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고 돌출행동이나 위해행위에 대한 체계적 대안이 필요하다. 항상 모니터링 되는 상황에서 만일에 사태에 신속하게 진화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이 체화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문화재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한번 훼손되면 다시는 복구할 수 없음을 인지시켜 관람객들이 올바른 관람문화를 가지도록 하는 일이다. 지키는 사람이 100명이어도 1명의 도둑을 막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모든 위험도를 최대한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마인드를 바꾼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도 높은 문화재 관리를 이루어 낼 수 있다.

지난 13일 안동 하회마을 북촌댁의 화재는 그래서 더 안타깝다. 초가집 아래 비치된 쓰레기통이 발화점이라는 것, 누군가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버린 담배꽁초가 그 단초라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지키는 자의 준비와 관람하는 자의 마인드가 올바르지 못하여 발생한 것이다. 화재의 여지가 있는 곳에 화재를 일으킬만한 물건들이 근접하지 못하도록 했다면, 화재의 발생즉시 자동 소화 장치가 작동되었다면, 관람객이 완전히 꺼진 담배꽁초를 버렸다면 큰 불로 이어지지 못하였을 것이다.

연말연시나 국빈들의 방문에만 부각되는 문화재가 아니라 생활하면서 만나는 모든 문화재가 주인공이 되어 그 가치가 빛날 수 있도록 보는 사람도 관리하는 사람도 마인드를 바꿀 필요가 있다. 일어나고 후회하지 말고 미리미리 예방하여 선조들의 값진 유산 길이 보존하고 나눌 수 있도록 지금 당장 바꾸어 보자.

/김용훈 논설위원(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