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은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탄신일이자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의 유래는 1958년 충남 강경여중·고에 다니던 청소년적십자단원(RCY) 중에 윤석란(1946년생) 학생이 주도하여 병환 중에 계시는 선생님 위문과 퇴직하신 선생님을 위한 위로활동을 펼쳐오면서 시작이 되었다.

이에 청소년적십자 충남 학생협의회에서는 1963년 9월 21일을 충남 도내 ‘은사의 날’로 처음 결정하여 사은행사를 개최했고, 다음해인 1964년부터 ‘은사의 날’을 ‘스승의 날’로 이름을 바꾸어 5월 26일에 개최하기로 수정결의 후 제정취지문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 때 발표된 스승의 날 제정 취지문은 다음과 같다. ‘인간의 정신적 인격을 가꾸고 키워주는 스승의 높고 거룩한 은혜를 기리어 받들며, 청소년들이 평소에 소홀했던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불러 일으켜 따뜻한 애정과 깊은 신뢰로써 선생님과 학생의 올바른 인간관계를 회복함으로써 사제의 윤리를 바로잡고 참된 학풍을 일으키며 노든 국민들로 하여금 다음 세대의 주인공들을 교육하는 숭고한 사명을 담당한 선생님들의 노고를 바로 인식하고 존경하는 기풍을 길러 혼탁한 사회를 정화하는 윤리 운동에 도움이 되고자 이 「스승의 날」을 정한다.(1964년 5월16일 청소년적십자중앙학생협의회 결의문)

오늘날 노인은 많으나 올바른 가르침을 줄 어른이 없다.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는 많은데 언행심사를 보고 따라 배울 스승이 없는 시대이다. 존경할만한 지도자가 없다보니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알지 못하고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 갈팡질팡 방황하며 우리사회는 혼돈과 무질서 속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존경할만한 지도자 즉 스승과 멘토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이다.

그리스 신화인 ’오딧세이‘를 보면 이타가 왕국의 오디세우스 왕의 아들 ’텔레마쿠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비록 왕자의 신분이었지만 처음에는 너무나 나약한 청년이었다. 그런데 그의 아버지인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왕국을 멸망시키기 위해 B.C 1350년에 전쟁터로 떠나게 될 때 나약한 아들 텔레마쿠스에게 어머니 페넬로페를 지키라고 명령을 한 후 떠났지만 전쟁은 무려 20년 동안이나 계속되었고, 그 사이에 왕비인 페넬로페는 여러 명의 원로들과 대치상태에 있었다. 오디세우스 왕은 마침내 트로이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으나 너무나 지쳐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린 채 탈진상태에 빠지고 만다.

이 때 한없이 나약하기만 했던 왕자 텔레마쿠스가 그 사이 용감하고 지혜로운 대장부로 성장하여 아버지를 찾아 나서게 되었는데, 왕자가 이렇게 용감한 대장부로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오디세우스가 전쟁에 출정하기 2년 전에 자신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믿을 만한 멘토에게 아들의 교육을 맡기고 떠났기 때문이었다. 멘토는 친구의 아들을 나약함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온갖 노력과 정성을 다해 교육시켰고, 급기야 늠름하고 씩씩한 인물로 변한 텔레마쿠스 왕자가 함께 있기를 간절하게 요청함에도 불구하고 거절한 채 혼자 멀리 떠나게 된다. 그 뒤 후대 사람들은 그리스 신화 오디세이의 인물인 멘토를 그대로 따서 위대한 선생님을 멘토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인간에게는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가치관이 세워지게 되고 그 가치관에 따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의 인생관이 세워진다. 그리고 인생관은 생활습관까지 바뀌게 만들며 생활습관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을 만드는 것이다. ’왕대밭에서 왕대난다‘ 라는 말이 있다. 훌륭한 스승 밑에서 훌륭한 제자가 나오는 법이다.

필자에게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맡았던 조용성 선생님이 현재 광주 농성동에 살고 계시는데, 스승님의 각별하신 관심과 사랑이 비뚤어 질 뻔 했던 나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쳐주셨다. 그 고마움을 평생 동안 잊지 않고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올해도 스승의 날을 맞아 어김없이 아내와 함께 선생님 내외분을 찾아 감사의 인사와 함께 조그만 선물과 함께 한 송이 꽃을 가슴에 달아드리고 와야겠다. 이 혼탁하고 무질서한 시대에 힘없고 무기력한 노인이 아니라 지혜와 연륜으로 세상을 밝혀주는 스승이 누구에게나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이다.

/김철수 논설위원(아동문학가·美 솔로몬대학교 예술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