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인권센터는 올해 처음으로 20개 투표소(수원시 전체 투표소 287개소)를 대상으로 투표소 인권영향평가를 시행했다고 18일 밝혔다.

평가단은 인권센터·인권팀 직원, 수원시인권위원회 위원, 수원시장애인유권자연대 장애인 등 12명이 구성됐다.

평가는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투표소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투표소까지 이동 경로 장애물 여부, 투표소 경사로·장애인 전용 화장실·승강기 설치 여부 등을 평가했다.

인권영향평가는 공공시설물, 정책, 자치법규 등이 시민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제도이며, 이번 ‘투표소 인권영향평가’는 노약자,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들의 투표소 접근성, 투표 편의에 중점을 뒀다.

‘지동 제4 투표소’로 지정된 못골 경로당은 장애인 유권자들이 진입하는 데 난관이 많고 건물 진입 경사로 앞 보도블럭이 움푹 패어 있으며, 배수구도 있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기가 수월치 않다.

또 경사로가 너무 가팔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야 하며, 출입구는 좁고 장애인 화장실은 없었다.

영흥공원 배드민턴장은 장애인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졌으며, 노블레스 웨딩컨벤션은 공간이 비좁아 사람이 몰릴 경우 질서 유지가 어렵다고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 건립된 버드내 도서관, 광교자연앤힐스테이트54단지 지하 2층 멀티미디어 실, 영통마크원 래미안2단지 지하 1층 등은 복도 폭이 넓고 승강기가 설치돼 있어 ‘매우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신체장애 등으로 투표소를 방문하기 어려운 유권자는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투표하고, 투표용지를 회송용 봉투에 넣어 선거관리위원회로 보내는 ‘거소(居所) 투표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장애인은 거소 투표보다는 직접 투표소에 나와 참정권을 행사하길 원해 투표소 인권영향평가가 필요한 이유다.

이날 평가에 함께한 박근섭 수원시 인권팀장은 “선거관리위원회는 장애인들에게 거소 투표를 권하지만,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투표할 권리가 있다”며 “장애인의 투표권이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투표권은 국민이 마땅히 행사하고 누려야 할 주권이며 투표소 선정·설치 과정에 인권 침해적 요소가 없는지 점검해 사회적 약자의 참정권을 확보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권센터는 내년 지방선거를 비롯한 향후 선거 투표소 선정에도 평가결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지속해 점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