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무문의 정치인 거산 김영삼 전 대통령이 88세를 향년으로 22일 0시 22분에 서거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22일부터 26일까지 5일 동안 장례기간으로 정한 후 26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안장키로 했다.

국가장은 2011년 ‘국장·국민장에 관한 법률’이 ‘국가장법’으로 전문 개정되면서 기존의 국장과 국민장을 통합한 장례절차를 말한다. 과거에 국장과 국민장에 대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국가장으로 통합한 후 처음으로 치루는 장례로 ‘국가나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했을 때 ’ 국가차원에서 치르는 장례를 뜻하는 것이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일제 강점기인 지난 1927년 12월20일 경남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에서 출생하여 어린 시절을 고향에서 보내고 1947년 경남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51년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6.25한국전쟁 당시 학도의용군으로 복무한 바 있으며 1951년 장택상 국무총리의 비서로 정치계에 입문했다. 1954년 약관 26세의 나이에 국회의원으로 당선하여 활동하다가 1954년 12월 이승만 대통령의 대통령 중임제한 철폐를 위한 ‘사사오입’ 개헌파동에 반발하여 자유당을 탈당한 김영삼은 호헌동지회를 결성하여 활동하다가 1955년 민주당 창당에 참여했다.

1960년 4월 혁명으로 리승만 정권이 붕괴된 후 실시된 제5대 민의원 선거에서 부산 서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여 재선됨으로서 정치무대를 부산으로 옮겨 정치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장면 정권 하에서 김도연·유진산 등 민주당 구파가 주도한 신민당에 참여하여 활발한 정치활동을 전개하였으나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정당이 해산되면서 정치활동이 중단되었다.

1963년 5월 민전이양을 앞두고 창당한 민정당에 참여하여 정치활동을 재개하였으며 그 해 12월에 실시된 제6대 총선에서 민정당 후보로 부산 서구에 출마하여 당선하였다. 한·일국교장상화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던 1965년 5월 당시 민중당 원내총무 겸 대변인을 맡는 등 중견 정치인으로 성장했으며, 1967년 2월 제6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신한당이 통합하여 새로 출범한 신민당에서 원내총무를 맡아 3선 개헌 반대운동에 앞장섰다.

1970년대 들어 최초로 ‘40대 기수론’을 제창하고 김대중·이철승과 함께 제7대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에 참여하였다. 1970년 9월29일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임시전당대회에서 유진산총재의 지원으로 참석 대의원 885표 가운데 421표를 얻어 382표를 얻은 김대중 후보를 39표차로 앞섰으나 과반수에 미달되어 다시 제2차 투표를 실시한 결과 오히려 1차 투표보다 적은 410표를 얻어 458표를 얻은 김대중 후보에게 패배하였다.

그러나 다음 해에 실시된 제8대 총선과 1973년의 제9대 총선에서 연이어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그해 5월 신민당 부총재로 임명되는 등 정치력을 회복했다. 평생 동안 민주화를 위해 투사로 싸워 온 김영삼 전 대통령은 독재에 대항하면서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라는 말과 “잠깐 살다가 영원히 죽기보다는 잠깐 죽었다 영원히 살겠다.”는 각오는 오늘날까지도 그가 남긴 어록으로 기억되어지고 있다.

1993년에 제14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을 때 그는 ‘문민정부’를 천명했고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하나회의 척결’과 금융실명제의 전격실시는 현대 한국정치사에 가장 위대한 개혁을 이룩한 불세출의 영웅으로 기억될 만한 업적이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해방 후 열 분의 역대 대통령가운데 일곱 분이 세상을 떠나고 현재 전두환 ·노태우·이명박 전 대통령 등 세분이 살아계신다. 이 분들이 남은여생을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살아생전 봉사하다가 온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전직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26세의 최연소 의원으로 정치계에 입문하여 9선을 거치는 동안 정치9단의 경륜을 인정받았던 민주화의 투사이자 한국현대정치사의 주인공인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에 삼가 조위를 표하며 슬픔에 빠져있을 남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올린다.

/김 철 수 논설위원<아동문학가·美솔로몬대학교 한국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