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탄저균 불법반입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오산 미군기지 앞에서 열렸다.

지난 11일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소속 40여 개 진보성향 시민단체는 평택시 K-55 오산 공군기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지난달 주한미군이 탄저균을 택배로 반입한 것과 관련 진상규명과 부대 폐쇄를 촉구했다.

35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 1000여 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주한미군 사과하라’, ‘세균부대 폐쇄하라’, ‘주피터 프로그램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주피터 프로그램은 생물무기 탐지와 대응능력 향상을 위한 미군의 화생방어 전략 가운데 하나로, 미국 방산협회 발표 자료를 통해 주피터 프로그램 실행 기지가 오산, 용산, 평택, 군산 4곳으로 드러남에 따라 주한미군이 지난 2년 사이 한국 내 생화학전 대비를 한층 확대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단체들은 또한 SOFA(주둔군지위협정) 개정을 요구하고, “정부가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에 나서지 않아 스스로 국민의 안전과 주권을 포기했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소독약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인 후 행진을 이어갈 예정이었으나 이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이 발생하면서 기지 진입을 시도한 집회 참가자 4명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연행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경찰은 28개 중대와 3000여명의 경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교부는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SOFA 합동위 산하에 양측 관계부처와 기관 전문가들이 참여한 합동실무단을 지난 11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합동실무단은 이달 중 사고가 발생한 주한미군 오산기지 검사실을 방문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