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금천구청 광장의 계단을 기어오르고 의자를 뛰어넘는다. 예사롭지 않은 광경에 가까이 다가가 무엇을 하시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파쿠르’라고 짧게 답하고 또 다른 장애물을 향해 달려 나갔다.

‘파쿠르(Parkour)’는 프랑스어로 ‘길’이란 뜻이다. 맨몸으로 도심과 자연환경의 장애물들을 극복해가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파쿠르는 1990년대 프랑스의 젊은이들이 도구 없이 벽을 타고 놀던 데서 유래됐다.

금천구(구청장 차성수)는 지난 11일(금) 할머니들이 자신을 재발견하고 제2의 인생을 행복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할머니학교에서 ‘나이는 없다, 잘 늙어간다는 것’을 주제로 파쿠르 특강을 진행했다.

이날 특강은 할머니학교의 4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금천구청 다목적실과 광장, 금나래중앙공원 일대에서 진행됐다. 먼저 연세대 조한 혜정 명예교수가 생활연령과 생물학적 연령에 대한 개념과 나이 듦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에 맞서 건강하게 잘 늙어감에 대해 강의를 펼쳤다.

이어진 파쿠르 특강에서는 대한파쿠르협회 김지호 강사가 각 개인에게 맞는 움직임을 코칭하고, 파쿠르의 기본동작인 ‘기어가기’, ‘도약하기’, ‘균형잡기’ 등에 대한 실습을 진행했다. 특히, 이날 교육에는 파쿠르 훈련으로 전신마비를 극복한 대만의 버지니아 코치와 파쿠르팀이 파쿠르 액션을 시연해, 할머니들에게 도전정신과 영감을 부여했다.

이날 파쿠르 특강에 참여한 65세 할머니는 “관절염이 있어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몸에 무리도 가지 않고 어린시절 뛰어 놀던게 생각나 정말 즐거웠다”며, “앞으로도 더 다양한 도전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이러한 다양하고 새로운 교육이 어르신들의 자기개발과 자존감 향상으로 이어져 모든 세대에게 건강하고 풍요로운 마을살이의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할머니 학교’는 초고령화 사회 변화에 대응해 할머니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할머니 스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이자 공동체 내 ‘지혜의 창고’로서 역할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지난해 금천구가 전국 최초로 운영해 1기 학생들을 배출했으며, 올해 4월부터 2기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