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과 나뭇가지가 그간 건조한 날씨에 바짝 말라 장작 역할을 한 데다 강한 바람까지 더해져 불이 산 정상부까지 급속도로 번진 것. 야간이라 적극적인 진화작업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도 악재로 작용했다. 현재 큰 불길은 잡혔으나 산 곳곳에 불씨가 남아 있어 산림 당국과 소방당국은 잔불 제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지난달 초 강릉, 삼척, 상주 등지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해 엄청난 인명·재산피해를 냈다. 지난 6일부터 9일 나흘간 이어진 강릉, 삼척 대형 산불은 여의도(2.9㎢)보다 큰 327㏊ 산림이 불에 탔다.
이렇듯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는 대형 산불의 원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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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에 따르면 1986년 이후 대형 산불(피해면적 100㏊ 이상)은 이번 산불을 제외하고 총 52건이다.
산불 원인을 보면 입산객이나 성묘객, 등산객의 실화 또는 실화 추정이 25건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농산폐기물과 쓰레기, 논두렁 소각 등으로 인한 산불이 12건이다. 이 밖에 담뱃불 실화, 축사용접 비화, 방화, 방화 추정도 각각 1건씩으로 나타났다.
이들 원인을 종합해보면 87％가 인재(人災)인 셈. 한순간의 부주의에 고온 건조한 기후와 강풍 등 자연적 특성까지 더해져 작은 불씨가 커진 것이다.
▶또 다른 대형산불 원인 중 하나는 ‘기후 변화’
최근 기후 변화 등 원인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초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면서 기후 변화는 산불 예방과 관리를 위한 국제적 이슈로 대두했다.
지난해 산림청 산불통계연보를 보면 봄철 산불 조심 기간(2월 1일∼5월 15일) 이후에도 기후변화 등으로 산불 발생이 연중화 하는 경향을 엿볼 수 있다. 건조 일수는 증가하고, 강수량과 강수일수는 줄면서 대형 산불 위험이 한층 커진 것이다.
특히 이번 산불은 ‘그동안 대형 산불은 건조한 날씨에 강풍이 자주 부는 3∼4월에 발생한다’는 인식을 깨고 5월에 발생한 이례적 산불이다. 고온·건조한 날씨가 지속되고 영동지방 강풍 특보 등의 기상요인, 휴일 증가 등으로 예년에 비해 발생 건수와 피해 면적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이번 강릉·삼척·상주 산불 대응과정에서 드러났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재난성 대형 산불에 대비한 헬기자원 확충, 전문인력 양성, 산불방지 법·제도 개선 등으로 산불대응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불예방진화대는 진화출동과 함께 인화물질 사전제거 등 산림인접지 예방사업을 강화하고, 산림바이오매스 수집단은 산림내 산불 확산 요인으로 지적된 산림 내 목재 부산물을 제거해 재활용을 추진한다.
또한 지리·기후적 영향으로 봄철 대형 산불 위험이 높은 강원·경북 동해안 지역에 신속한 초동 대응을 위해 산림청과 지자체 임차헬기를 추가배치하고, 동해안 산불방지통합지휘본부 설치·운영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산불피해 저감을 위한 내화·방화수립대 조성, 임도설치, 관련 법제도 개선, 산불연구 R&D 강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김용하 산림청 차장은 “이번 산불을 교훈 삼아 미흡했던 산불대응 체계를 개선하고 재난성 대형 산불이 발생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며 “우리의 소중한 산림을 지킬 수 있도록 산불 예방에 적극 동참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