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K-55) 앞에서 전국 65개 시민단체 100여 명이 탄저균 반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실수로 배달됐다고 알려진 탄저균은 세계 180여국이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고위험성 병원체로 소량이라도 공기 중에 노출되면 사람이나 동물의 체내에 침입해 쇼크를 유발하는 등 치사율이 95%에 이르는 생물학무기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미 국방부가 오산 공군기지에 위치한 주한미군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에 살아 있는 탄저균 표본을 제공하며 관련 실험훈련을 벌여온 사실이 미국 ABC 방송으로 보도되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시민단체는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를 미국이 사실을 밝히기 전까지 몰랐다”며 무책임한 정부를 비판하고 한미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현행 SOFA 협정 9조 통관과 관세 항목에는 합중국 군사 우편 경로에 있는 물품에 대해 세관 검사를 행하지 않는다는 군사화물에 대한 세관 무검사 규정이 명시돼 있다.

이에 시민단체는 “주한 미군 기지 내에 무엇이 반입되고 반출되는지 알아야 정상적인 나라와 나라간의 관계라 할 수 있다”며 SOFA 개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규탄대회는 발언과 기자회견문 낭독을 거쳐 90분 동안이나 계속됐으며, 경찰은 미군 부대 인근 지역에 100여명의 병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각 시민단체 대표들은 군관계자들에게 항의서한문을 전달하기 위해 부대 안으로의 통과를 시도했으나, 이는 사전에 협의가 되지 않은 사항으로 미군 측의 통제로 인해 성사되지 못했다. 항의의 표시로 부대 정문에 딱지를 붙이는 것으로 규탄대회는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