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어린이날, ‘어린이날 부모에게 선물 받을 수 있는 나이는?‘이라고 묻는 설문 조사지가 있었다. 초등학생까지, 중학생까지라는 보기와 부모에게 자식은 언제나 어린이기 때문에 제한이 없다는 재밌는 예가 있었다. 실제로 이 보기에 투표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부모는 역시 내리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인가 보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사랑하기는 하여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사랑하기는 좀처럼 어렵다는 말이지만 어버이날 만큼은 이 말이 틀렸음을 증명해 줄 것이다.

모두들 각자의 방식으로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선물을 했으리라. 바쁘다는 핑계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오늘이 참 적기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든 우리를 낳고 키워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만은. ‘바빠서’, ‘용건이 없어서’, ‘쑥스러워서’ 등의 이유로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한 때가 많은데 어버이날 만큼은 부모님의 사랑에 한껏 보답하는 날이니 얼마나 좋은날인가 싶다.

꼭 지갑을 열지 않아도 전화로든 SNS로 카네이션 사진을 보내는 등으로 마음을 표현했을 것이다. ‘자식에게 가장 받고 싶은 어버이날 선물’이 1위 현금, 2위 편지나 카드, 3위 효도관광에 이어 가전제품과 공연과 영화 티켓 등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는데 무엇이든 선물의 무게가 중요한가. 주는 사람의 형편에 맞는 애정 표현의 선물이면 되지 않을까.

누군가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카네이션을 접어 부모님의 옷깃에 꽂아 드렸을 것이고 아직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의 줄임말) 신세라 물질적인 선물 대신 안부전화, 편지 등으로 자신만의 사랑 표현을 했을 것이다. 또한 불황과 취업난에 허덕여서 연애, 결혼, 출산, 내집마련, 인간관계를 포기한 ‘5포세대‘인 2030 청년들도 오늘 만큼은 효(孝)를 실천할 수 있는 날이다.

어릴 적 피자와 치킨이 먹고 싶은데 건강에 좋은 된장찌개와 시금치나물을 먹으라는 부모님, 가요 프로그램을 보고 싶은데 교육상 이로운 다큐멘터리를 보라는 부모님과 갈등을 했던 일이 한번쯤은 있으신지. 아마 세대가 바뀌어도 이와 비슷한 애정 어린 갈등은 누구든 겪으며 자라지 않았을까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도움을 주고자 했던 작은 실랑이들이 철이 들고서야 부모님이 내게 줬던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의 내리사랑에 보답하는 선물을 드려야겠다. 혹시 아직 선물을 준비 못한 사람들은 부모님께 전화 한 통 하는 건 어떨까. 자식의 안부전화가 부모님께는 보약이라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