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사망의 사이/ 한 걸음을 두고/ 내일 모르는 일을 살아 있을 뿐/ 실로 깊은 건/ 그 한 걸음이다/ 인생은 다음, 다음 사람으로 이어감에/ 마냥 그 자리지만/ 흔적 없이 사라져갈 너와 나/ 한 걸음을 넘어선/ 어디서 만나리/ 인간은 누구나 사망의 사이/ 한 걸음을 두고/ 인생에 잠시 있을 뿐/ 실로 깊은 건/ 너와 나의 그 한 걸음이다’.

대표적인 서정파 시인으로 인간의 실존적 삶에 대한 근원적인 고독을 아름다운 시어로 표현한 편운(片雲) 조병화 시인 타계 12주기를 맞아 다채로운 문학행사가 열린다.

안성시는 22일 고(故) 조병화 시인의 문학과 예술 혼을 되살리기 위한 ‘조병화 시 축제’가 시인의 고향 안성에 있는 조병화문학관에서 다음달 1일부터 이틀간 열린다고 밝혔다.

‘조병화 시 축제’는 현대 시 사상에 큰 획을 남기고 타계한 시인의 문화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시와 기념사업회가 매년 공동 주최하고 있다.

올해 축제는 1일 초등학생들이 참가하는 ‘꿈나무 시낭송 대회’를 시작으로 ‘꿈과 사랑의 휘호전’과 시인의 시세계를 재조명하는 강연회 등이 열린다.

이어 2일에는 조병화문학관에서 시인의 삶과 시 세계를 다시금 되새겨보는 ‘시낭송회’가 열리고, 시인을 발굴하고 창작의욕을 높이기 위한 ‘시 백일장’도 열린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는 조병화 시인의 휘호 51점을 비롯해 서정주, 김동리, 장욱진 등 시인과 교류가 활발했던 국내 대표 문인, 서예가, 화가들의 휘호 48점을 선보이는 기획전이 준비돼 있다.

유독 베레모와 파이프를 애용했던 조병화 시인은 무릇 시는 ‘영혼이 잠드는 집’이라며 현실은 현실로, 시는 시대로 따라 살다 간 우리 시대 마지막 로맨티시스트다.

1921년 안성에서 출생해 경성사범대학교를 졸업하고 1949년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한 그는 도시적 멜랑콜리와 감미로운 고독의 세계에서 인간의 운명과 존재, 사랑에 대한 통찰을 일상의 평이한 문맥으로 그러내며 많은 독자와 솔직한 대화를 이루어 왔다.

조 시인의 시 세계에는 시적 미학이나 현실성을 강조해 난해하거나 팍팍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문맥으로 표현해 누구나 가슴 가득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하대학교 대학원장과 문인협회 이사장 등을 역임하기도 한 조 시인은 국문훈장 동백장, 모란장, 금관문화장을 받았으며 아시아 자유문화상, 상일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버리고 싶은 유산」, 「먼지와 바람 사이」, 「밤의 이야기」, 「어머니」, 외에도 시선집 「꿈」과 수필집 「왜 사는가」,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등 이 있다.

조 시인은 시집을 포함해 160여 권의 저서를 남겼는데, 이 가운데 25권이 영어나 불어 등 세계 6개 국어로 번역되어 출판됐다.

또 고 조병화 시인은 인세를 모두 털어 자신의 호를 딴 ‘편운문학상’을 제정해 후배문인들의 창작활동을 돕기도 했다.

제12회 조병화 시 축제 참가나 관람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조병화시인기념사업회(02-762-0658)나 안성시청 문화체육과 문화·예술팀(031-678-2474)으로 문의하면 안내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