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발생한 의정부 시내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4명이 숨지고 130여 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났다. 지상 1층 우편함 옆 사륜 오토바이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2009년 5월 이명박 정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1~2인 가구의 주택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도입하면서 국민생명과도 직결되는 안전에 관한 조항도 대폭 풀었다는 데 그 맹점이 있다.

이는 첫해에 2천 가구도 안 됐던 것이 2010년 2만 가구를 넘어섰고 2013년 20만 가구로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른 예견된 인재였다.

이러다 보니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들이 속출했다. 서민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내팽개친 안전 규제 완화가 이번에 화재 참사로 돌아온 것이다.


건물 사이 간격이 1m 남짓해 개봉 그린 아파트→드림타운Ⅱ→해 뜨는 마을로 불이 번지는 데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여기에 샌드위치 패널 중간에 스티로폼이 들어 있는 바람에 불이 좁은 건물 사이 외벽을 타고 상층부로 순식간에 번졌다.

화재 신고 6분 만에 소방 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음에도 대형 인명 피해를 막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화재가 났을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방재 시스템도 문제였다. 대봉 그린 아파트와 드림타운Ⅱ는 아예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현행 소방법상 스프링클러는 11층 이상에만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10층 이하’는 ‘11층 이상’보다 안전하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선심성 규제 완화는 아니었는지 의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파트에 살고 있던 새내기 소방관과 경찰관 2명의 살신성인으로 최악의 참사를 막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화재도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는 것이 OECD 국가 중에 각종 안전사고 사망률이 1위란 부끄러운 사실이 증명해주고 있다.

사후약방문격이지만 이제라도 안전에 관한 한 허술하기 짝이 없는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 점검에 착수해서 느슨한 방재 시스템은 없는지, 외벽 마감재는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등을 원점에서 조사해야 할 것이다.

이는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하는 길이자 국민이 바라는 정부가 될 것이고 나아가서는 국제적인 망신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평택/박상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