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선이후 국회는 무기한 휴업상태에 들어갔다. 요란하게 이벤트성 총선을 치르고 메인무대인 대선을 치러낸 대한민국은 겨우 가는 호흡으로 국가의 명맥만 이어갔을 뿐 아무런 수입도 성과도 없다. 그렇게 2013년을 보냈다. 새로운 국회의원과 최초의 여자 대통령으로 시작되는 한해의 기대는 남달리 컸지만 한 해가 지나고 새해가 와도 여전히 변함도 새로움도 없는 허세와 질긴 고집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러니 한해가 지나도 새해가 시작되어도 마치 일장춘몽처럼 나라가 묘연하고 국민은 아리송하다. 그런 와중에 대선불복과 갖가지 명분과 이유로 샷다문을 내리고 나오지를 않는다. 나와도 내줄 것이 없다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옆집 정당은 무기한 휴점을 한 정당 때문에 자신들의 정치영업에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과연 그럴까? 그들은 내놓을 것이 없을까?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면 돈과 권력행사뿐만 아니라 초호화 엘리트의 인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특혜로 의원마다 보좌관 2인, 비서관 2인, 비서 3인, 인턴 2인을 둘 수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보좌할 수 있도록 최 근접 거리에서 의원의 수발을 들며 의원의 눈과 귀는 물론이고 손발이 되어 수족처럼 활용되고 있다.

처음의 취지는 의원을 도와 원활한 국정활동을 하기 위함이지만 단순한 보조 활동이 아니라 거의 모든 정보력과 정책력을 보좌관들과 그의 휘하에 있는 비서들이 모두 다 하고 있다. 이처럼 한 의원마다 9인의 인재가 동원되어 의정활동을 지원했음에도 의원 한사람 한 사람은 작년과 지금 어떠한 성과를 내 놓았을까?

Nothing이다. 더욱이 300명의 의원들을 보조하는 인력이 2,700명에 육박하지만 국민이 바라는 만큼의 성과와 기대는 애초부터 없고 그저 자신의 일감의 편리와 안위를 돌보기 위한 인원들과 그에 따른 운영비용과 경비만 지출되고 있다. 성과 없는 성과도 그들은 결과라며 연일 TV에서 자랑질하며 그 외 틈만 나면 조금이라도 흠집이 있는 다른 사람들의 뒤를 캐며 딴지를 건다. 그러한 일들이 의원에게 최우선과제이며 국정운영이 가장 훌륭한 성과이다.

그 뿐인가, 당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은 당략에 따라 활동하느라 개인적인 욕구가 있어도 수용되어 활동했다고 본다면 당이 없는 의원들은 어떠한가? 국회라는 특수사회에서 의원이라는 더 특수한 위치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국민들이 알려고 해도 알기 어렵다. 또한 그러한 그들의 모습에 대개의 국민들은 이골이 나서 관심도 없고 그저 싸움 구경에만 간혹 얼굴을 돌릴 뿐이다.

그러다 한 해의 끝이 될 쯤 다음연도 추경예산을 바라보며 국민들 역시 자신이 속한 영역과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귀를 세우며 바라보는 정도이다. 2013 작년도 역시 다를 것 없이 예산을 편성하지 못한 채 자신의 이권다툼과 이해관계에 비처 중차대한 사안은 손도 못되고 해를 넘기고 말았다.

올해는 어떠한가? 다를 바가 없다. 여야는 작년의 앙금이 채 가시지가 않으니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다. 위원회 곳곳에서 표결을 기다리는 안건은 산적해 있고 새해 정책과 입법은 물론이고 변경된 행정과 예산조차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다. 어느 것이 더 급하고 더 중요한 가는 이제 의미가 없다. 어느 것이 목전에 국민이 아닌 자신에게 이로운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자 결정이 되어버린 국회.

물론 그들은 매번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하기에 앞서 그것을 가로막는 장애와 방해가 기저에 깔려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정상적이지 못한 우리 헌정국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못한 채 비정상적으로 국회 운영으로 매일 같이 사사오입처럼 속전속결로 기가 막힌 안건을 통과시키거나 구렁이처럼 다음으로 떠넘기며 밖으로 나가버린다.

아직 국민들이 의원들 누구하나 정상적으로 활동하거나 안건을 가지고 나와서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매년 벼락치기 안건 통과로 할 일은 다하니 시간은 남고 쓸데없는 잡념으로 딴 생각하기 바쁘다. 그러니 툭하면 국회 밖으로 문제를 들고 나와 여론을 선동하고 장외투쟁을 하며 출장비와 성과급을 챙겨가는 것이다.

이러한 국회의원들의 모습에 과연 우리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저들을 뽑기 위해 일을 하다 나오고 장을 보다 들리는 선거를 하였을까? 아까운 시간, 아까운 예산, 아까운 시절을 국회가 정치가 망치고 있다. 더 이상 국회와 의원들은 국민의 대변 장소와 일꾼이 아니라 방해물과 훼방꾼으로 굳건하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번 6월선거가 끝나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하나? 마치 연재나 시즌처럼 고루한 국회의 설전을 의원도 국민도 마치 습관처럼 청취하고 있다.

이미 지나간 시절과 시간의 흔적이 바뀔 리가 없다. 하지만 몹쓸 짓으로 누적된 그들의 흔적이 우리에게 너무 너무 많은 상처를 내고 있다. 그들에게 이미 지나간 일들을 복구하거나 다시 새로이 시작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또한 그렇게 되지도 못한다. 더욱이 그렇게 했다간 괜한 상처가 덧나 멈춰진 고름이 재발될까 우려스럽다. 치료와 호전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나마 더 이상 상처를 건드리지 말고 다른 부위에서 오고 있는 통증과 다칠 수가 있는 부분을 예방하기를 원한다.

그것은 “무엇 때문에, 그래서 어쩔 수 없이”라는 핑계와 그럴싸한 명분은 집어치우기 바란다. 그저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특수성을 가진 신분이 아닌 단촐하더라도 깔끔하게 일을 마감 지을 수 있는 대표성이라도 보여주기 바란다. 그도 되기 어렵다면 시간을 거꾸로 보내는 일만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며칠 전 그렇게 1년을 보냈다. 이제 한 해가 시작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돈도 자원도 없는 우리에게 자꾸 요구하지도 말고 시키지 말아야 한다. 없는 상태에서 사람만 잘 굴려도 경제는 회복할 것이다. 선진국이 가진 시계에 비해 우리의 시계는 가치도 값어치도 없다. 국제경쟁력 있는 시간을 맞추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표준시간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밧데리가 얼마 없다. 시계바늘을 마음대로 막거나 건들지 말아야 한다. 가는 시계는 놔두고 하는 일을 시계에 맞추기 바란다.

/김용훈 논설위원/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