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10월이다. 지식산업의 근간인 출판업이 고사위기인 상황에서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가 지난 7월 출범했다.

동 위원회는 8월에 각 지역을 돌며 ‘문화현장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첫 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청와대 정책자문위원회인 문화융성위원회(위원장:김성호)는 민간위원 19명 가운데 출판업계를 대표하는 인사나 독서운동 관련 인사가 단 한 사람도 없어 출판과 독서진흥에 대한 정책수립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위원회에는 영화배우 안성기, 연극배우 박정자 씨, 한식· 한옥·연예기획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함됐지만 정작 출판과 독서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인사는 전무한 실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월 서울국제도서전 참관에 이어 8월에도 인문정신 문화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창조경제의 토대는 문화융성”이라고 언급했고 ‘문화융성의 토대는 인문학’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래서 출판인들은 당연히 ‘인문학의 토대인 출판을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리라 기대하고 있었지만 위원회 인선부터 전혀 거리가 멀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 브리핑에 의하면 문화융성위원회는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면서 문화 현장과의 정책 소통창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박근혜정부의 문화 정책을 좌우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출판인이 아예 배제됨으로써 수년째 계속 되어온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도서정가제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처지에서 정책제안의 통로마저 막힌 셈이 되어버렸다.

김동호 위원장은 최근 “문화융성위원에 포함되지 못한 인사는 산하 5개 전문위원회에 포진 시키겠다”고 밝힌바 있지만, 출판과 독서의 중요성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의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문화융성‘은 한낱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서울의 광화문 교보문고 입구에서 볼 수 있는 글귀로 책을 좋아하던 교보생명 창업자인 고 신용호 회장이 즐겨하던 말이기도 하다.

아주 단순하고 짧은 글귀지만 마음에 와 닿는 말이기도 하다. 책을 통해 기술도 익히고 정보도 얻을 수 있지만 책이 사람의 인격성숙을 도와주기 때문에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고 했던 것이다.

대한내과학회에서는 지난 2003년도부터 의학용어로 ‘생활습관병’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데, 사실 나쁜 습관을 끊는 방법자체는 의외로 쉬운데 반대로 좋은 습관을 몸에 익히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책 읽기는 우리들에게 아주 중요한 습관이다. 영국에서는 ‘전공하다’를 표현할 때 ‘읽다’의 의미인 ‘Read’라는 동사를 사용한다. 이 단어의 쓰임을 통해 우리는 영국사람 들로부터 배움의 근본이란 올바르게 독서하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괴테는 “나는 독서하는 방법을 배우기위해서 80년 이라는 세월을 바쳤는데도 아직까지 그것을 잘 배웠다고 말할 수 없다”라는 명언을 남긴바 있다.

젊었을 때 책 읽는 습관을 갖게 되면 평생 책하고 친구가 될 수 있다. 책하고 친구가 되면 책을 읽는 것이 즐거울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이 즐거우면 늘 책을 가까이 하게 된다. 책을 가까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쌓인 인문학적 소양은 현명한 사람이 되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의 역량이 독서를 통해서 검증되고 재창조될 때만이 고도성장과 성취중심적 사고로 피로해진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고 건강하게 소통될 수 있기 때문에 문화융성위원회의 균형 있는 운영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김철수 논설위원<아동문학가· 美솔로몬대학교 예술대학장>